#HCI(Human Computer Interaction)에서 #Computer 가 #Robot 으로 바뀐건데...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Computer와 Robot의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는가? 그냥 HRI는 HCI의 한 부분?
HCI 분야에서는 Computer의 개념을 다양한 범위로 넓혀가면서 신선한 디자인과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HRI는 오히려 Computer를 Robot이라는 개념으로 한정지어 버려서 (아마도 이는 로봇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이 사고를 확장하지 못하게 하는데 한몫했을듯) 비싸지 않게 구현할 수 있는 장난감 수준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physical HRI를 염두에 두지 않은 것처럼 글을 써버렸는데, 음... 내 나름의 생각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논외라 언급하지 않겠다.... 신비주의 ㅋㅋ)
로봇이 Computer를 넘어서는 어떤 #존재적가치 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것이 사람과 함께 공존할 때 만들어낼 수 있는 #시너지 는 무엇일까. 현상에 대한 설명, 그리고 심도있는 고찰을 바탕으로 로봇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는 아름다운(?) HRI 어플리케이션이 나오면 좋겠다.
#JIBO? #Pepper? 흠... 시장을 개척해주는 선두주자이기에 고맙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심 걱정된다. 그 로봇들을 봤을 때 우리는 무엇을 기대했었는가? 솔직해져보자. 나는 JIBO는 "오오 회전하는 움직임 쩐다." Pepper는 "오오 로봇을 귀엽게 잘 디자인했네" 딱 거기까지었다. 아무리 홍보 문구에 #Family 로봇이라는 말을 넣어 강조하지만... 과연 이 로봇들이 그러한 존재의 가치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Interface 에서 #Interaction 으로, 그리고 #Experience 로 개념이 전환되고 있기에 HRI도 Robot Interaction에서 Robot Experience로 개념을 전환해보라는 조언이 있었다. 참으로 와 닿는 조언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아직 Interaction과 Experience 모두 모호한 개념... ㅠㅠ 이거시 공학도의 한계인가. ㄷㄷ
그러고 보면 HRI 연구분야는 참으로 #무엇을_위한 연구인지 불명확하다는 생각도 든다. Healthcare 로봇이면 당연히 건강 증진을, 국방 로봇이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뭐 그런 목적이 분명한 분야들이 있지 않는가. 뭐 꼭 연구 분야를 구분함에 있어서 목적이 뚜렷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을지 모르겠지만 다년간 이 분야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느끼는 바는... 이 연구해서 어디다 써먹지라는 생각이 결국에는 걸림돌이 된다. 그러고 보면 HRI = 흐리 라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하는데... 참 재치있는 표현이다.
또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나는 어렸을 때 가물치를 솥에 넣고 고을 때 산채로 집어넣어 끓이는 것에 혐오감을 느낀적이 있다. 가물치가 살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에서 나는 무엇을 느꼈던 것일까. 지나가는 모기 한마리는 쉽게 잡으면서도 강아지나 원숭이 같은 고등 동물을 죽이는 것은 왜 꺼리게 되는 것일까. 만약 모기를 죽이려 할 때 모기가 살려달라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신호를 발산하면 사람들은 모기를 죽이는 걸 꺼려하게 될까?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사람은 #지능 이 있는 동물을 죽이고 싶지 않아한다는 것이었다. 지능이라는 것에서 무언가 윤리적 가치가 발생되고 지능을 소멸함에 있어 죄책감까지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
그래서 로봇을 지능이 있는 고차원적인 존재로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다면 앞서 이야기하던 HRI의 한계점이 조금은 풀릴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근데 문제는 사람들이 고차원적인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만한 로봇이 아직(!!!!)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거리는데 로봇은 왜 꿈틀거리지를 못해!! ㅠㅠ 어쩌면 그것은 "로봇은 밟혀도 꿈틀거릴 이유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 물론 꿈틀거리는 로봇이 있기는 함.. 어색해서 그렇지 ㅋㅋㅋ ㅠㅠ)
앞서 가물치를 죽이는 것에 혐오감을 느낀 이유를 지능이 아닌 #감정 에서 찾을 수도 있다. 가물치 안에 있는 놀람/슬픔 등의 감정으로부터 #동정심 이 생겼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HRI의 키워드는 #emotion??? 그러나 아쉽게도 #정서로봇 분야에서도 '뜨헉'할만한 로봇을 못 본 것 같다. 그것은 로봇의 정서 표현이 그저 지정된 패턴의 표현들만을 '재생'했기 때문이고 인간은 너무나도 쉽게 그것을 알아차려 더이상 그 표현이 감정적이라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 아니었나 고찰해본다. 뭐 그래도 이쪽 분야로 한계에 도전하는 연구들이 있기에 나는 격하게 응원한닷! #왜냐하면_그게_나라서.. ㅋㅋㅋ
감정. 나는 거기서 한 번 더 생각을 뻗어본다. 왜 우리는 상대의 감정을 보고 동정심을 느끼는가. 그것은 나는 감정 너머에 있는 #동기 를 우리가 이해하기 때문이라 생각해본다. (여기서 내 박사 졸업 주제가 꿈틀거리고 있다. 이 역시 신비주의 컨셉으로 여기까지만 언ㅋ급ㅋ)
이게 사실 감정 너머 동기의 개념까지 언급하다 보면 감정과 지능과 동기의 개념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리기도 하다. #나는_누구인가_여긴_어딘가 앞선 페북 포스팅글에서도 인공지능과 감정에 대한 이야기들이 리플들을 통해 재미있게 오고가고 있다. 우리는 이성과 감성을 구분해왔지만 그것이 정말 구분될 수 있는 것인가라는 고민도 하게 된다. 정말 뛰어난 인공지능을 보면 우리는 어쩌면 그 속에서 우리가 느껴오던 감정적인 무언가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감정이라는 용어로 굳이 설명되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래서_하고싶은_이야기가_무엇인가
#HRI가_뭐라는건가?
이 글의 결론은 아직 미완성이다.
HRI가 요즘 #소셜로봇(#social_robotics)이라는 고급진(?) 용어로 탈바꿈하려는 분위기도 있기는 한데 뭐가 되었던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이 오고있는만큼 로봇의 존재적 가치를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게 되는가에 대한 #패러다임_쉬프트 가 필요해보인다. 그 변화 속에 HRI가 살아갈 길을 잘 찾아보길... Good Luck, HRI!
p.s.
마치 현재 로봇을 개발하는 연구진들을 모두 공격하는 #모두까기인형 이 된 기분이지만 ㅠㅠ 저도 결국 이 분야에 몸담고 있는 졸업 못하고 있는 #박사과정 #고년차 학생으로서의 넋두리라 이해해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2) 카메라를 통한 사람 얼굴 감지와 머리에 달린 마이크로 대화 인식하는 것이 사람과 interaction하는데 사용되는 핵심 도구였다.
3) 페퍼가 가끔씩 주변을 훑어보면서 카메라 앵글 안으로 사람 얼굴이 들어왔을 때 사람 얼굴 감지 기능이 실행된다. 인식된 얼굴 위치로 페퍼가 얼굴을 이리저리 돌리며 아이컨택을 하는데, 이 행동을 꽤 높은 중요도로 수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4) 대화 인식은 일본어밖에 되지 않아서 직원에게 부탁을 해봤는데 제대로 테스트해보지는 못했다. ㅠㅠ 며칠 뒤 Ro-Man 학회장에서 관련 연구를 하는 연구원에게 물어봤더니 지금은 알데바란 로보틱스의 음성 인식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로봇 나오(Nao)의 음성 인식 기술을 참고하면 될듯.
5) 손가락은 무언가 진짜로 집을 수 있는 힘을 내지는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손가락끼리 무언가 연결되어 있는지 한 손가락을 흔들면 다른쪽 손가락이 따라서 움직였다.
6) 아무래도 직관적인 interaction은 이전에 개발된 로봇들에서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7) 사람의 감정을 인식한다고 했는데 그 기능이 지금 구현되어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8) IBM의 인공지능 왓슨(Watson)을 탑재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우선 대화 자체는 풍성해질듯. 그 이외의 로봇 기능이 어떻게 개선될지는 잘 모르겠다. 마이크, 카메라 등의 센서가 지금 그대로라면 대화 기능 이외는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9) 페퍼를 가만히 놔두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가끔씩 이런 저런 간단한 행동들을 하는데, 스타크래프트나 롤의 캐릭터들을 가만히 놔뒀을 때 보이는 행동들이 연상됐다.
인공지능 그리고 로봇공학의 발달과 함께 로봇을 대하는 윤리적 태도에 대한 여러 관점이 제시되고 있다. 로봇에 의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가치는 무엇일지 고민해봐야 할 때다.
서비스 로봇과 소셜 로봇 분야의 발전으로 로봇은 일상생활 가까이에 존재하게 되었고 앞으로 더욱 많은 로봇이 인간과 공존하게 될 예정이다. 로봇전시회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데, 로봇들은 더는 ‘만지지 마시오’라는 경고 문구 너머에 존재하지 않고, 직접 만져보고 교감해 볼 수 있는 체험 가능한 공간에서 관람객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다.
이러한 로봇의 접근성은 특히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아주 좋은 자극이 되기도 하지만, 의외로 아이들은 로봇을 향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때가 많다. 앞서 이야기한 전시회장의 환경에서도 아이들은 로봇이 이동하는 경로를 막아선다거나 로봇을 향해 나쁜 말을 내뱉고, 심지어 때리기까지 하는 모습들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필자도 국내 로봇전시회인 로보월드 행사에서 로봇을 시연한 적이 있는데, 로봇을 때리고 못살게 구는 아이들 때문에 곤혹을 느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 사진설명: 전시회장에서 로봇을 못살게 구는 아이들사진출처: 논문 Brscić, Drazen, et al. "Escaping from Children's Abuse of Social Robots."Proceedings of the Tenth Annual ACM/IEEE International Conference on Human-Robot Interaction, 2015
스웨덴 로봇 드라마 ‘리얼 휴먼’에서는 여성형 로봇이 길거리에 나갔다가 길거리의 아이들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모습을 담아내기도 했었다. 극 중에서 로봇은 동양계 여성으로 묘사되어 사회적 약자의 모습을 갖춘 데다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소중히 다룰 필요가 없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이 드라마는 인간의 공격성 혹은 우월감의 표출이 로봇에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극명하게 드러내어 그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지난 3월 초에 미국 포틀랜드에서 열린 ACM/IEEE 인간-로봇 상호작용(HRI) 국제 학회에서는 아이들의 로봇을 향한 공격성을 어떻게 극복 또는 회피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아이들의 로봇을 향한 공격성을 지속적인 방해, 공격적 언어 사용, 폭력의 세 종류로 구분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이러한 행동들이 나타나는지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후에 그러한 상황이 나타날 조건에서는 로봇이 그 상황을 회피하도록 구현했다. 이 연구에서는 로봇을 향한 아이들의 공격성을 문제 삼기는 했지만, 해결책으로 공격성을 없애는 것보다는 로봇이 그 상황을 회피하도록 하는 것을 제안했다. 더불어 굳이 로봇을 의인화시켜서 볼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열린 질문도 남겨두었다.
이탈리아의 로봇 연구자 살비니(Salvini)와 그의 동료들도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공격성을 보고한 바 있다. 사람들은 로봇을 발로 차거나 때리는 등의 공격적이고 괴롭히는 행동을 하는데, 특히 로봇이 사람에 의해 조종되고 있지 않고 혼자 남아있게 될 경우에 사람들의 공격적인 행동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물론 로봇을 굳이 사람과 동등한 인격체로 간주하여 괴롭힘을 받는 로봇에 대해 과잉 반응할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과 비슷한 모습의 로봇들이 점차 개발되고 있으므로 자칫 로봇에 대한 공격성이 사람에게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로봇 연구자들은 이러한 우려를 간과하기보다 역발상으로 이러한 현상이 인간 사회에 어떤 ‘사회적 유익’을 가져올 수 있을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로봇을 통해 사람들에게 윤리의식을 가르칠 수 있는가에 대한 가능성이다. 만약 로봇을 향한 공격성을 절제할 수 있다면, 사람에 대한 공격적인 행동 조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 즉, 로봇을 소중히 다루게 함으로써 존재의 소중함과 윤리에 대한 기초적 개념을 교육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다.
앞에서는 로봇을 향한 사람들의 공격성을 이야기했지만, 사람들은 로봇에게 동정심을 느끼기도 한다. 뉴질랜드 캔터베리 대학의 크리스토프 바트넥(Christoph Bartneck) 교수는 학대받는 로봇을 보면서 사람들은 학대받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로봇에게 동정심을 느낀다고 보고했다. 더불어 지능을 가진 듯한 로봇을 파괴하는 것에 사람들은 어려움을 느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또한, 뒤스부르크-에센 대학의 A.M. 로센탈-폰 데르 퓌텐(Astrid M. Rosenthal-vol der Putten)도 로봇이 고문당하는 영상을 볼 때 사람들은 그 로봇에게 동정심과 불편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로봇을 대상으로도 인간의 공감능력은 여전히 나타난다.
철학자 데이비드 흄(David Hume)은 감정이 윤리의 기초가 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로봇을 향한 불편한 감정이나 동정심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윤리의식의 개념을 교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 정서를 가진 로봇이 사람과 교감하면서 사람들의 공격성을 낮추고 공감과 존중을 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반면, 로봇과 인간을 대하는 사람들의 도덕적 기준이 다르기에 로봇을 향한 인간의 공감을 윤리 교육의 절대적인 요소로 보기 힘들다는 관점도 존재한다. 앞서 크리스토프 바트넥 교수의 연구 결과에서도 대상이 로봇이냐 사람이냐에 따라 사람들의 동정심 정도는 차이가 있었다.
이화여대 곽소나 교수팀은 얼굴 로봇 ‘멍(Mung)’을 이용하여 비교실험을 진행하였다. 멍 로봇은 전기 충격에 따라 얼굴에 멍을 나타내도록 하여 로봇의 감정(고통) 상태를 표현하록 구현된 로봇이다. 비교실험에서는 두 종류의 로봇이 사용되었다. 한 로봇은 사람에 의해 원격으로 감정 상태가 조종되었고, 다른 로봇은 로봇 스스로 감정을 만들어 얼굴에 표현하도록 구현되었다. 실험 결과 멍 로봇의 표현에 따라 피실험자는 스스로 감정 표현을 한다고 알려진 로봇보다 사람에 의해 조종된다고 알려진 로봇의 고통에 더 공감했다. 즉, 사람들은 로봇보다 로봇 너머에 있는 사람의 존재 여부를 더 의식했다는 의미다.
▲ 사진설명: 멍(Mung) 로봇과 고통 표현
미국 브라운 대학의 버트람 말레(Bertram F. Malle) 교수팀은 ACM/IEEE 인간-로봇 상호작용(HRI) 국제 학회에서 사람들은 인간과 로봇에게 각각 다른 도덕적 기준을 적용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수의 이익을 위해 한 사람을 희생하게 만드는 행동이 있을 때 사람들은 로봇이 그 행동을 하길 기대했다. 그리고 로봇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그 로봇을 비난했다. 반면, 로봇 대신 사람이 그러한 행동을 선택해야 한다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사람들에게 덜 비난받았다. 즉, 로봇에게는 공리주의(Utilitarian)를 요구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물었지만 사람에게는 공리주의에 대한 책임을 상대적으로 적게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과 로봇에 대한 도덕적 기준의 차이는 아직 로봇이 사람 수준의 지능이나 정서적 교감능력 수준에 도달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고, 로봇과 사람의 근본적인 존재적 차이 때문일 수도 있다.
만약, 그 차이가 전자의 경우라면 로봇과 인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때에, 인간과 로봇의 윤리체계와 관점이 재조정될지도 모른다. 최근 개봉했던 영화 ‘엑스 마키나(Ex Machina, 2015)’에서는 기존의 튜링 테스트를 뛰어 넘는 진화된 개념이 소개되었다. 그것은 바로 사람에게 상대가 로봇임을 알려준 이후에도 그 사람은 상대 로봇으로부터 인간성을 느끼는가에 대한 테스트다. 결국, 영화 속 주인공은 상대 로봇에게서 인간성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로봇에 대한 동정심과 죄책감을 느꼈다. 영화 ‘채피(Chappie, 2015)’에서도 주인공 로봇은 자의식과 정서를 갖게 되는데, 그 로봇 주위의 사람들은 로봇에 대한 동정심과 책임감을 느꼈다. 또한,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에서 로봇 타스(Tars)가 자신을 희생할 때, 주인공은 그 로봇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낀다.
그러나 이 이야기들은 모두 영화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영화와 현실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영화에서는 사람들이 로봇을 동등한 인격체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표현하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그 정도 수준의 로봇이 개발되지도 못했을뿐더러 로봇과 사람의 근본적인 존재적 차이에 대한 인식 역시 크다.
그럼에도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발달이 갖고 미래는 분명 인간 사회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놓을 것이다. 로봇은 인간의 동반자가 되어 한 가정 안에서 가족과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고, 로봇이 인간을 뛰어넘고 인간을 지배하고자 하여 로봇과 인간은 적대적 관계가 될 수도 있다. 또는, 로봇이 인간의 성 노리개나 서바이벌 게임의 총알받이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사회는 아직 언제 올지 모르지만 그것이 가까운 미래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청소로봇을 비롯하여 자율주행 자동차, 레스토랑 서빙 로봇, 박물관 안내 로봇, 영어 교육 로봇, 노인을 위한 교감 로봇, 자폐아 치료 로봇 등 이미 많은 부분이 로봇에 의해 변하고 있다.
책 '로봇정신'의 저자이자 로보티즈 수석연구원 한재권 박사는 로봇 윤리에 대한 그의 글에서 “잊지 말고 중심에 두어야 할 것은 사람과 생명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로봇이 인간 사회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요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로봇의 존재 목적일 것이다. 바로, 로봇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고, 그 최고봉에는 생명에 대한 존중, 그리고 자유와 평등이 있다. 로봇을 대하는 윤리적 태도와 관점 또한 이러한 목적 위에 세워져야 하지 않을까. 로봇 연구자들 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로봇을 대하는 윤리적 태도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때다.▒이원형ㆍKAIST 로보트 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