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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동물, 기억을 더듬다


[각주:1]


 흔히 사람을 망각의 동물이라 말한다.[각주:2] 이유야 당연하겠지. 당장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려 보라고 한다면, 우리는 얼마나 자세히 기억해낼 수 있을까. 하지만 수많은 군중 속에서도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콕 찍어 찾아낼 수 있다. 이것이 기억이다.

무덤덤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자신의 지나온 기억을 되짚어 보게 된다. 사진 한 장, 시 한 구절로도 우리는 많은 것들을 생각해 내며 때론 그 것들이 추억이 되기도 하고 쓰디쓴 아픔이 되기도 한다.

아 슬프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즐거운 일들을 잊으며 사는가. 자신의 인생 중 가장 기뻤던 순간을 말하라면 당신은 얼마나 빨리 이야기할 수 있는가. 아이러니한 것은 즐거운 기억 들이 너무 적어서가 아니고 너무 많아서 우리는 대답을 망설인다. 그 많은 즐거움 들 중에서 무엇이 가장 기뻤던 순간인지 비교하느라. 왜 우리는 그러면서도 인생이 즐겁지 않다고 외치는가. 왜 그렇게 잊으며 살아가는가.



아 다행이다. 그렇게 망각의 연속에서 살아가면서도 우리는 슬퍼하지 않고 망각한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아간다. 어쩌면 잊을 수 있기에 살아가는가 싶다. 물고기가 그 좁은 어항에서 스트레스 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자신의 2초 이전을 기억 못 하기 때문이라지.[각주:3]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될 것들이 있다. 잊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 가족, 역사, 문화, 그리고 우리의 일상적인 나날 들. 우리는 너무나도 소중한 세상 속에서 어김없이 흐르는 순간순간 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기록이라는 테두리 안에 기억 들을 가두어 놓는다.

우리는 기록한다. 망각의 동물이 만들어낸 유일한 흔적.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겠지만, 사람은 죽어서 기록을 남긴다.



글로만 기록되던 기억은 사진, 그리고 소리와 영상으로 기술의 발달과 함께 더 사실 같은 기록 속에 가두어졌다.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에 접속해 동영상으로 지난밤 야구 경기의 9회 말 2아웃 상황을 지켜볼 수 있게 되었고, 그 영상을 가져와 자신의 블로그에 연결시켜 자신의 기억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렇게 그 누군가의 기억이 기록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어 우리 모두의 기억으로, 미래의 또 누군가의 기억이 된다. 이제는 기억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서 기록을 보며 우리의 기억이 재구성되는 단계에 온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우리의 기억을 기록하는 방법도 빠르게 다양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너무나도 쉽게 그 기록들이 공유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거대 세력이 개입해도, 그것이 한 나라의 정부일 지라도, 기록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

우리는 이 즈음에서 잠시 숨을 고를 필요가 있다. 이미 가속 페달은 밟힌 상태지만, 우리의 핸들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이 그렇게 우리를 숨가쁘게 움직이게 하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망각의 동물. 더듬어본 기억 속에서 기억해 내지 말아야 할 것들을 찾아낼까봐 두렵다. 어제의 아픔이 치유되기는커녕 생생히 기록되어 내일까지 이어질까봐 걱정이다.

하지만 더 많은 즐거움을 기억하자. 더 정확하게 기록하여 정직해지자. 망각의 동물이 기억을 더듬고자 했던 그 이유을 놓치지 말자.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자.



  1. Carpenters - Yesterday Once More http://www.youtube.com/watch?v=qEOGjJe5OLg [본문으로]
  2. 제1차 세계대전 후 독일 혁명 때 각지에서 형성된 평의회때 유례된 말 http://blog.naver.com/skek292/90033902575 [본문으로]
  3. 물고기의 기억력이 2초 뿐이라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http://www.animalpicturesarchive.com/view.php?tid=5&did=9109&lang=kr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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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와 로봇에 관심이 많은 아이 그 영역을 넓혀보려 합니다. '영상 제작'과 '감정 로봇'이 블로그의 주소재입니다. 자유로운 답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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