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의 이름은 사막. 그 이름 그대로 사막 나라는 나라의 대부분이 사막이었고, 사막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나라였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사막 나라 사람들은 충분한 물을 먹는 것이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물을 구하는 것 자체가 큰 축복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 나라 사람들은 물을 먹지 않기 시작했다. 대신 콜라를 먹거나 이온음료를 마셨다. 어차피 비싼 돈을 주고 물을 먹느니 비슷한 값에 맛이 더 좋은 음료를 먹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물을 먹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사막 나라 정부는 사람들의 건강상태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결국, 물을 먹는 것이 다른 음료를 먹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 사막 나라는 하루에 한 잔씩 물을 먹는 사람들에게 월 만원씩 보조금을 주기로 '음수지원법'을 제정했다.
한편, 사막 나라에는 흔치 않게 과일재배가 가능한 포도라는 도시가 있었다. 그 도시는 예전부터 포도 재배를 많이 해 왔기 때문에 와인이 물값보다 쌀 정도였고, 주 음료도 물대신 와인이었다.
포도 도시 주민들은 음수지원법이 제정된 것을 보고 사막 나라 정부에 청원을 넣었다. 그 내용은 바로 자신들은 와인을 물처럼 먹으니 와인을 먹는 사람들에게도 물을 먹는 사람들처럼 월 만원씩 보조금을 달라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물 대신 와인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주장이었다.
사막 나라 정부는 와인이 물의 기능을 할 수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아 고민이었다. 그리고 사막화로 인해 언제 과일재배가 불가능하게 될지 모르는 포도 도시 사람들에게 음수를 장려하는 것이 정부가 가진 사회적 책임이라고도 생각했다.
오랜 고민 끝에 사막 나라 정부는 와인을 먹는 사람들을 음수지원법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다시 말해 와인을 먹는 사람들에게도 월 만원씩 보조금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결정했다.